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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책

<보통의 언어들> by 김이나. 마음에 드는 문장들 모음+후기

by 아기냥 2023.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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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를 실망시키는 데 두려움이 없는 사이가 됐으면 좋겠어요.”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만인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다. 하지만 역으로 말하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인 소수와의 관계는 견고한 것이다."

 

"사람은 서로를 각자의 주관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 앵글에서 모두에게 완벽한 피사체이고 싶은 마음을 가지면 그건 지옥의 시작일 테다."

 

"소중한 관계를 이어가는 비법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잘 화해하는 거라고 대답한다."

 

"호시절에 잘해주는 건 쉽고도 당연한 일이다. 소중한 관계일수록, 거리가 가깝고 가까울수록, 갈등이 생길 확률은 높다. 그러니 이 갈등을 어떻게 어루만져 다음 단계로 가는지가 중요하다."

 

"나는 ‘사랑은 마주 보는 일이 아니라 같은 곳을 바라보는 일’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공감은 오히려 디테일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공감은 기억이 아닌 감정에서 나온다."

 

"돈이 아니더라도 거스름돈과 닮은 것들을 꼼꼼히 챙기는 사람이라 함은, 돌아서 빈자리를 한 번 더 보는 사람이다. 구차해짐을 불사하고 생략되어도 무방한 한 마디를 건넬 수 있는, 따스함이 있는 사람이다."

 

"듣는 이의 성향과 아픈 곳을 헤아려 가장 고운 말이 되어 나올 때야 ‘조언’이지, 뱉어야 시원한 말은 조언이 아니다."

 

"세상이 물건들로 이루어져 있다면 가장 무용할, 그러나 사람들로도 이루어져 있기에 제일 필요한 것. 그게 ‘포장’이 가진 철학이 아닐까."

 

"남녀노소를 떠나 내가 좋아하는 부류 사람들의 가장 큰 공통점이 있다면 그건 ‘염치’의 유무다."

 

"소중하다의 ‘소(所)’는 ‘~하는 바’, ‘~하는 것’ 등의 의존명사 역할을 하고 ‘중(重)’은 말 그대로 무거움을 뜻한다. 무거운 것을 손으로 받쳐 들려면 자연히 두 손을 쓸 테고 그 무게감 때문에 온 힘이 이것을 잘 잡고 지키는 데 쓰일 테니, 소중한 것을 가진 자의 모습이 생생히 떠오른다."

 

"소중한 것은 글자가 뜻하는 것처럼 힘을 들여 지켜야 하는 것임에도, 우리는 종종 말로만 그것을 소중하다 칭한 채, 방치한다. 그래서인지 가사 속에서 ‘소중하다’는 말은 주로 과거형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세상의 모든 소중한 것들은 그것이 유한하기에 그렇다."

 

"외로움은 견딜 수 없을 때가 있지만 고독은 좀 받아들이게 되고 내 안에 침전하게 되는 기회를 주는 감정인 거 같아요."

 

"나는 가끔 세상의 모든 형용사들이 가진 기가 막힌 표현력에 감탄하게 되는데, 이는 주로 발음에서 온다."

 

"우리는 가슴에 잊어야 하지만 도저히 그리 되지 않는 것들을 묻고, 키우고 싶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는 것들을 품는다."

 

"무대의 주인공이었다가 내려왔을 때 비로소 내가 무대 위에서 소란스러웠음을 알 수 있듯이, 외로움은 무대 위도 객석도 아닌, 무대 뒤에서 느끼는 감정이다."

 

"마치 불가사리가 아름다우려면 내게 어느 정도의 거리가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애어른이 자라서 어른아이가 되는 아이러니"

 

"나이가 든다는 것은 파도를 타듯 자연스러울 때 근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꿈은 어딘가에서 날아온 꽃씨처럼 소리소문 없이 피어났을 때 비로소 꿈이다."

 

"어쩌면 어릴 때 반복적으로 받은 질문 탓에 우리는, 꿈을 목표와 혼동하는지도 모른다."

 

"목표가 지점으로써 존재한다면, 꿈은 장면으로 존재한다. 영화로 말하자면, 목표는 어느 만큼의 관객수를 동원할지, 얼마의 수익을 창출할지 등의 구체적인 ‘수치’를 다루는 이야기다. 반면 꿈은 미술을 논한다. 어떤 분위기의 장소, 어떤 색깔과 질감의 의상, 또 어떤 종류의 소품에 둘러싸인 주인공…. 즉 나를 상상하는 것이 바로 꿈이다. 훌륭한 목표와 근사한 꿈, 어울리는 수식어도 각각 다르다."

 

"떠올리면 행복해지는 꿈을 갖고 있다면, 주머니 속에 넣고 살아가다가 계속 꺼내보았으면 좋겠다. 당장 가서 만질 수 없으니 별수 없다고 버리지 말고."

 

"참 아이러니하다. 오직 현재로서만 존재할 수 있는 우리인데 정작 생각은 주로 미래나 과거에 갇혀 있으니 말이다."

 

"남 탓과 내 탓의 균형도 이런 몸의 구조와 특성을 닮아 있다. 의도적으로 신경 쓰고, 바로잡아주지 않으면 치우칠 수밖에 없는 자의식 과잉과 결핍의 간극."

 

"나는 세상은 방구석에서 뭐 하나에 꽂히면 거기에 모든 걸 바치는 덕후들과 무리에서 늘 튀어가며 소리쳐준 나대는 이들로 인해 변해왔다고 믿는 사람이다. 온몸에 돌을 맞는 나대는 이가 기존의 틀을 깨어주면, 이전의 세계에서는 이득이 될 게 없었던 무언가에 몰두해 온 덕후들이 파놓은 세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겁이 많은 자들은 지켜야 하는 것들의 가치를 아는 자들이다."

 

"동작’은 유행을 타지만, ‘표현’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리라."

 

"패션처럼 눈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시간의 흐름을 예민하게 타는 것이 바로 ‘언어’다."

 

"나의 한계를 느꼈을 때, 더 이상 힘으로 밀어내는 건 객기일 뿐이라는 걸 인정하는 것"

 

"모든 일에 있어서 유난히 수행능력이 빛나는 때가 있다. 그때가 바로 감이 좋은 때다. 감은 영원하지도 않지만 한번 왔다 가면 영영 돌아오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다시 한번 돌아왔을 때 그것을 펼칠 기회가 오느냐 마느냐의 문제일 뿐, 그리고 그건 내가 어떻게 살아왔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

 

"중요한 건, 빛나는 재능만으로는 할 수 없는 게 ‘살아남기’라는 것이다."

 

"기억하자. 오래 살아남는 시간 속에 잠깐씩 비참하고 볼 품 없는 순간들은 추한 것이 아니란 걸. 아무도 영원히 근사한 채로 버텨낼 수는 없단 걸."

 

"인간은 안정된 삶을 누리기 위해 오늘을 포기하는 동시에, 그 안정이 오면 회의감을 느낀다."

 

"존엄이라는 말의 무게 때문에 창씨개명에 맞서고 인권운동에 삶을 바치는 정도는 되어야 하는 것 같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존엄한 사람들은 일상 속 하찮은 순간들이 정갈한 이들이다."

 

"그래서 제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하라고 이야기하는 건 달콤하고 좋아서가 아니라, 자기도 모르는 자기의 내면을, 방치되어 있던 모습들을 다 끄집어낼 수 있는 행위가 바로 사랑이기 때문이에요."

 

"사랑은 자기 자신을 누구보다 똑바로 마주볼 수 있게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스스로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깨닫고 나서 비로소 우리는 무엇이든 될 수 있더라고요. ‘내가 뭐든 될 것 같고, 만사가 뭐 이렇게 하면 이렇게 되는 거겠지’라고 생각하며 자기 능력치의 벽을 부딪혀보기 전까지는, 미래를 그릴 수가 없어요."

 

"그런데 인디언들의 언어에는 잡초라는 말이 없대요. 그들은 모든 식물과 동물에는 각각의 영혼이 있다고 믿었고 모든 것이 존재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답니다. 그래서 작물과 잡초를 특별히 구분할 필요가 없었던 거죠."

 

"그런 의미에서도 통증이 통증을 이겨내는 거 같고요. 또 어떤 분들은 마음의 통증도 왔을 때 내심 반가워하는 분이 실제로 있어요."

 

"설렘은 뒤돌아봤을 때 너무 아름답고 순수하고 촉촉한 거 같은데, 막상 진행 중일 때는 좋은 날도 있지만 고통스러운 날들도 많아요. 왜냐하면 모든 게 불확실하고, 저 사람 마음을 모르겠고, 오늘 마음 내일 마음이 다른 것처럼 느껴지니까요."

 

"적당한 조심성은 생명력 있는 어른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될 수 있는 거 같아요."

 

"세상이 보기에 어떻고 나의 역할은 이래야 하고’ 이런 거로부터 조금 더 자유로워져서 나만의 세상을 그려나가라는 의미더라고요. 문득문득 환기하지 않으면 ‘이 단어의 원래 뜻이 뭐였지?’ 하게 되는 너무나 좋은 단어들이 있어요. 낭만 또한 그런 단어인 거 같습니다."

 

"인간은 반드시 한 가지를 결정해야 할 때 본능적으로 최선을 다해 선택한다고 합니다. 돌아보면 후회밖에 없는 그 선택도 ‘그때는 제일 나은 선택이었다’는 거죠. 혹시 후회로 가득한 밤을 보내고 있다면 잠시 멈춰볼까요?"

 

"그땐 그게 최선이었을 테니까요."

 

"그댄 나의 커다란 뿌리였고 항상 나를 품은 그늘이었고 마주 보지 못한 태양이었고 나보다 더 나의 이름이었어"

 

"말을 쓰고 다루는 방식은 결국 삶을 사는 방식과도 닿아 있어, 나는 책을 덮으며 이 섬세하고 솔직한 사람이 진심으로 좋아졌다."

 

 

냥's 독서 노트. 

마지막 문장은 다른 김이나 씨가 아닌 다른 제3의 작가님께서 써주신 추천의 말인데 마음에 들어서 포함했다. 작사가이신 만큼 꽤나 시적인 표현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것들이 현학적이거나 우쭐거리는 느낌이 전혀 없어 거부감이 하나도 없이 술술 읽었다. 김이나 작사가님은 개인적으로 <하트시그널> 패널로 익숙한 인물이었는데, 평소에 사용하시는 어투나 표현법이 꽤나 마음에 들었던 분이라 책을 쓰실 때는 어떤 문체를 구사하실까, 어떤 이야기를 풀어내실까 궁금해하면서 읽었는데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웠다. 우연히 읽게 된 책이었으나 꽤나 재밌게 읽었고 누군가가 이 책이 어떠냐고 묻는다면 한 번쯤은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추천해 줄 만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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