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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게임

온라인 게임의 대부 넥슨 대표 고 김정주 님 하와이서 별세...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바람의 나라의 추억)

by 아기냥 2022.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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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초 그래픽 MMORPG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를 시작으로, 유명한 온라인 게임이라는 온라인 게임들은 깡그리 창시한 대한민국 굴지의 게임 회사 "넥슨"을 모르는 한국 사람은 없을 것이다. 

 

 

25년 전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 최초 메인타이틀. 하... 추억... 눈물 난다.

 

 

  오프라인 PC게임이라는 개념만 존재했었던 90년대, 넥슨은 온라인 MMORPG 게임이라는 개념을 세계 최초로 내놓은 대단한 회사이다. 

 

  오늘 갑자기 그 넥슨의 창업자이신 고 김정주 님께서 돌연 하와이에서 별세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고작 향년 54세. 정말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다.

 

  고 김정주 님은 그 유명한 세계 최장수 대한민국 온라인 게임인 <바람의 나라>를 직접 만드신 분이다. 

 

 

그때 그 시절 "바람의 나라" 로딩 화면. 하... 보기만 해도 가슴이 웅장해진다. 나 울어....

 

 

  <바람의 나라>는 내 인생의 최초 온라인 게임이었을 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를 통틀어서의 최초 MMORPG 온라인 게임이었다. 게임 <바람의 나라>는 1992년 경 연재되던 만화가 김진의 원작 <바람의 나라> 만화를 모티브로 한 게임이었다.

 

  지금이야 지천에 널린 것이 온라인 게임, 모바일 게임들이지만, 약 25년 전에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가 처음으로 서비스되기 시작했을 때에는, 말 그대로 혁신 그 자체였다.

 

  당시 그 인기가 어느 정도였냐면, 각 서버의 랭커들이 <바람의 나라> 공략집이나 가이드북을 내면 곧바로 매진이 될 정도로 불티나게 팔렸었고, 접속 유저들이 너무 많아서 넥슨에서는 새로운 서버들을 계속 만들어야 했을 정도였다. (당시 기억나는 랭커님들의 닉네임은 대표적으로 호떡, 표범... 뭐 이런 이름들이 생각난다.) 

 

 

이런 식으로 아이템들 허허벌판에 늘어놓고 스크린샷 찍으려고 친구들이랑 노는 경우들도 많았음. 하... 추억...

 

 

  나 역시도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당시 엄청나게 어린 꼬꼬마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이 게임에 푹 빠져서 엄마한테 등짝 스매시를 맞아가면서도 PC방에서 <바람의 나라>를 친구들과 열심히 플레이했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넥슨은 MMORPG 온라인 게임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을 뿐만이 아니라 이에 "부분 유료제"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한 회사이기도 하다. 

 

  이는 <바람의 나라>를 통해서는 아니고 바로 동시대 같은 회사인 넥슨의 타 게임 <큐플레이 (구 명칭:퀴즈퀴즈)>라는 게임을 통해서 최초로 실행되었는데, 이 게임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자세히 하기로 하고 이번 포스팅에는 <바람의 나라>에만 집중하도록 하겠다. 

 

  여하튼 게임 <바람의 나라> 역시 유료제를 실시해 월 정액제를 도입했는데 (정액제 요금은 한 달에 약 3만 원 정도의 금액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20년도 더 전의 물가와 당시의 화폐 가치를 생각하면, 그 금액이 상당히 센 편이다.), 이로 인해 넥슨은 어마 무시하게 떼돈을 벌었다 (나 역시도 엄청나게 어린 초등학생이었는데도 (엄마께 엄청 혼나가면서도) 용돈을 모아 한동안 꾸역꾸역 매달마다 정액제를 가입할 정도였으니.).

 

  이후에는 유저들이 폭발적으로 느는 바람에 게임에 너무 렉이 많이 나서 렉슨이다, 정액제 비용의 인상 등에 대해 말들이 많아지며 돈에 미친 돈슨(....)이다, 등등 다소 회사를 비꼬는 말들이 우후죽순 생길 정도로 유저들의 컴플레인들이 많기는 했지만, 그래도 <바람의 나라>는 꿋꿋이 꽤 오랫동안 그 인기를 이어갔었다.

 

 

"바람의 나라" 홈그라운드(?) 주막의 모습. "비싸"라는 말에 칼같이 리액션 하는 NPC들이 뻘하게 터지는 부분.

 

 

  그렇게 넥슨 <바람의 나라>의 후속 인기작들이었던 <메이플 스토리>, <카트라이더>, <크레이지 아케이드>의 기반을 닦은 조상님이 바로 <바람의 나라>이다. 정말이지 <바람의 나라>는 넥슨 모든 게임들의 아버지라고 불려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후 시간이 많이 지난 이후에는 기존 2D에서 3D느낌으로 <바람의 나라> UI가 바뀌었는데, 당시 별로 반응이 좋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도 그럴 것이 <바람의 나라>는 기존의 아기자기한 2D 도트 감성 그래픽이 썩 귀엽고 향수를 자극하기에 계속 추억팔이로 플레이를 하는 유저들이 많았는데, 3D가 되면서 오히려 그래픽이 기괴(....)해졌다는 의견들이 다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후 유저가 게임에 로그인을 할 때에 2D로 플레이를 할 것인지, 3D로 플레이할 것인지 정할 수 있는 옵션을 넥슨 측에서 나중에 부랴부랴 추가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3D 버전의 "바람의 나라"..... 보다시피 별로였고, 반응 역시 좋지 않았다.

 

 

  여담으로 요새 유행하는 말인 "어쩔티비" 의 라떼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즐드셈/즐"이라는 말이 파생된 것도 바로 이 게임 <바람의 나라>이다. 

 

  기존에는 유저들끼리 채팅창에서 서로에게 건네는 인사말로 "즐거운 바람의 나라 하세요"를 줄여서 "즐바"라는 말로 사용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 표현이 부정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유행어처럼 번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예를 들어 게임 상에서 아이템 교환을 할 때에 상대가 말도 안 되게 시세에 맞지 않는 헐값을 부르거나, 그룹 사냥 팀원을 구할 때 상대의 스펙이 상대적으로 현저히 좋지 않으면, 서로 피차 시간 낭비니 그냥 더 이상 말 섞을 것도 없이 빠이 하자는(.......) 거절의 느낌으로 짧게 "즐" (혹은 "흥정 즐")이라고 사용되기 시작했던 것인데, 이게 나중에는 일상으로도 번져나가서 사용된 것. 스타로 치면 걍 GG 치라는 것과 비슷한 맥락.

 

  이후에는 "사절"이라는 느낌으로 완전히 변질되어 사용되며, <바람의 나라>를 플레이하지 않는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이 말이 유행어처럼 사용되곤 했었다 (예: "초딩즐"이라고 말하면, 표준말로는 "초등학생 사절"이라는 뜻이다.). 요새 애들은 이 말을 잘 모르겠지만, 라떼만 해도 (.....) 이 "즐~"이라는 말은 또래들 사이에서 게임상 뿐만이 아니라 평소에도 엄청나게 사용되었었던 말이다.

 

 

무한장 미치겠네........ㅋㅋㅋㅋㅋㅋ

 

 

  어쨌든 <바람의 나라>에는 나 역시도 굉장히 많은 추억이 있다. 사자후, 귓말, 문파전, PK, 그룹, 소환빵 (a.k.a 솬빵 - 맨날 열심히 혼자 사냥하는 나를 흉가에 솬빵하는 놈들이 엄청 많았다... 짜식들이 주글라고....) 등등... <바람의 나라>를 모르는 사람들이나 비유저들에게는 너무도 생소한 말들이지만, 25년 전 그 시절 <바람의 나라> 초기 유저들이었다면 한 번에 알아들을 수 있는 용어들일 것이다. 

 

  처음에 바람의 나라에 "일본"맵이 생겼을 때에 인게임 상에서 선박장에서 배표를 사서 배를 타고 일본에 갔어야 했는데, 배 안에 사람들(유저들)이 항상 너무 많이 확 몰리는 바람에 허구한 날 튕겨서 "비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라는 문구를 봤었던 기억도 나고... 아, 말하다 보니까 진짜 다 너무 추억이네. 

 

  나 역시 <바람의 나라> 초창기 시절, 연 써버 딱 하나 있을 때부터 시작해서 플레이했었던 유저니까... 이 시절의 기억이 참 특별하고 그렇다. 아직까지 당시 내 <바람의 나라> 연 써버 소속 아이디 두 글자도 기억난다. (게다가 내 사촌오빠는 엄청난 게임 폐인이어서 <바람의 나라>에서 나름 상위 랭커 중 한 명이었다. 사실 내가 <바람의 나라>를 시작하게 된 것도 당시 어쩌다 잠시 한 동네에서 살게 되어서 집안끼리 왕래가 잦던 이 분의 영향이 컸었지..........) 이후에 새로 생긴 써버들이었던 무휼 써버나 호동 써버에도 새로운 아이디들을 만들어서 키우기도 했었는데, 역시 오리지널 연 써버만큼의 애착은 가지는 않았었던 것 같다. 

 

 

2002년경 한일 월드컵을 응원하려고 유저들이 다들 붉은색을 맞춰 입은 것 같다. 졸귀탱...

 

 

  놀랍게도 <바람의 나라>는 발매 후 25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서비스되고 있다고 하지만 (그러니 최장수 온라인 게임이지....), 지금은 당연히 명성이 그 예전 같지 않고, 유저들이 이미 급격하게 많이 빠져서 그저 숨통만 붙어있는 정도일 뿐이라고 한다. 

 

  더불어 몇 년 전에는 <바람의 나라>의 부분 판권이 타 플랫폼에 팔려서 모바일 버전도 현재 타 대행사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모바일 버전이 출시되자마자 내 남편도 추억팔이 할 겸 한동안 플레이했었는데, 굉장히 렉이 심하고 운영자들의 병크가 심해서 결국 탈바(......) 했다. 나는 극초기에 조금 시도하다가 뭔가 UI가 복잡하고 귀찮아서 그냥 안 했고 (......). 모바일 버전은 수십 년 전 신나게 단축키로 공력 증강+구름의 기원 때리면서 달리던 (난 주술사였다) 그때 그 PC게임 맛이 안나더라. 물론 내가 성장한 것도 있겠지.

 

 

넥슨 회사의 극극극극초기 로고. 당시에도 꽤 기발했다고 생각했었던 인트로. 넥슨 고전 게임들(바람의 나라나 큐플레이, 어둠의 전설 등) 시작될 때에 항상 떴었던 기억이 난다. 요새 애들은 전혀 모를.

 

 

  넥슨도 <바람의 나라>를 통해 굴지의 대기업으로 확 성장하고 사업을 확장하면서 오랜 시간 동안 이런저런 논란들이 많았었지만, 그래도 난 넥슨이 대한민국의 온라인 게임계의 막을 연 최초의 기업으로써 굉장히 의미 있는 상징을 가진다고 여기기에, 고 김정주 님의 별세 소식이 특히 너무 가슴이 아프고 안타까웠다.

 

  만화 <원피스>로 치면 넥슨은 대한민국 게임계의 로저 해적단이었고, 넥슨의 최초 창업자 고 김정주 님은 대해적 시대를 연 골드 로저나 다름이 없는 인물이라 생각하니까. 

 

  그만큼 대한민국 게임계에 역사적으로 한 획을 그으신 분이신데... 참 안타까운 일이다.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으셨다는 글을 얼핏 본 것 같다.

 

  자세한 상황은 모르지만, 이제는 부디 편안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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