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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3

류이치 사카모토 별세 -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일요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남편이 류이치 사카모토 선생님의 별세 소식을 알려주었다. 이미 며칠 전인 3월 28일에 별세하셨지만 공식적인 발표는 오늘 한 거라 한다. 향년 71세. 오래전부터 인두암 투병 중이시라는 건 이미 알았지만, 약 10여 년도 더 전, 박완서 선생님이 담낭암 투병 중 별세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던 날처럼 침울해졌다. 커튼을 치자 하늘이 파랬다. 어제는 비가 오고 바람이 심하게 불었는데, 오늘은 맑게 개었다. 그대로 빳빳한 시트 위에 널브러진 채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며 Merry Christmas Mr. Lawrence를 한동안 들었다. Ars Longa Vita Brevis.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히포크라테스의 말로 생전 류이치 사카모토 선생님이 가장 좋아하셨던 구절이라 한다. 그.. 2023. 4. 3.
너무도 사랑하는 나의 영창 피아노를 보내며... 영창 피아노에 대한 추억 (feat. 대낮에 한이별) 오늘 수십 년을 함께 한 내 영창 피아노를 멀리 보냈다. 끝까지 보내고 싶지 않았지만, 나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그동안은 운이 좋게도 큰 평수의 콘도나 2층 주택에 살았지만, 곧 몇 주 안에 15평도 되지 않는 손바닥만 한 작은 콘도로 이사를 가야 하는 입장에서, 커다란 피아노를 가져가는 건 당연히 무리였다. 그렇다고 엄마께 이 피아노를 보낼 수도 없고, 새로 태어난 아기 때문에 안 그래도 정신없는 언니네에 보낼 수는 더더욱 없는 노릇이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선택권은 시댁의 뒤뜰에 딸려있는 커다란 헛간에 옮겨놓는 방법이었지만... 피아노는 습도와 온도에도 큰 영향을 받는 굉장히 섬세한 악기이기 때문에 절대 야외에 있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아버님 댁 밖 마당의 커다란 헛간 구석에 위치한 채 기약 없이 .. 2022. 8. 14.
2000년대 초반으로 한 번만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절인 2000년대 초반. 이후엔 더 이상 한국에서 살지 않았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뭔가 나의 유년시절의 추억들은, 또 기억들은. 그 시절에 영원히 갇혀있는 것만 같다. 단순히 추억이 미화되는 무드셀라 증후군 일지는 몰라도, 요새는 문득 성인인 상태로 그때로 돌아가 잠시나마 살아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내가 당시 어린아이였기 때문에 어른들이 가지는 삶의 무게에 대한 걱정 없이 지낼 수 있었기 때문에 그저 그 시절을 아름답게만 왜곡해서 기억하고 있는 건지는 몰라도. 그때 나는 너무 어린 소녀였고, 그저 부모님 보호 아래에서 학교 다니고, 학원 다니고, 친구들과 노는 게 그저 일과였지만... 그래도 그때를 떠올리면, 정말 재밌고 즐거웠던 기억들 밖에는 없다. 하지만 그 .. 2022.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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