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절인 2000년대 초반.
이후엔 더 이상 한국에서 살지 않았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뭔가 나의 유년시절의 추억들은, 또 기억들은.
그 시절에 영원히 갇혀있는 것만 같다.
단순히 추억이 미화되는 무드셀라 증후군 일지는 몰라도,
요새는 문득 성인인 상태로 그때로 돌아가 잠시나마 살아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내가 당시 어린아이였기 때문에 어른들이 가지는 삶의 무게에 대한 걱정 없이 지낼 수 있었기 때문에
그저 그 시절을 아름답게만 왜곡해서 기억하고 있는 건지는 몰라도.
그때 나는 너무 어린 소녀였고,
그저 부모님 보호 아래에서 학교 다니고, 학원 다니고, 친구들과 노는 게 그저 일과였지만...
그래도 그때를 떠올리면, 정말 재밌고 즐거웠던 기억들 밖에는 없다.
하지만 그 시절 성인으로써 즐기고 누릴 수 있는 것들은 전혀 해보지 못했던 것에 대해 항상 아쉬운 마음이 든다.
뭔가 성인으로써 책임감을 가지고 살기 팍팍하다는 감정은 또 주관적인 거라
어쩌면 그때나 지금이나 매한가지 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보다는 그 시절이 조금이라도 더 낭만이라는 것이 존재했었던 것 같다. 단 한 톨이라도 더.
지금처럼 지독하게 사악한 것들이 끝도 없이 이곳저곳에서 판을 치고,
덕분에 사람들끼리 서로를 더 미워하고, 편을 가르고, 의심하는 시절은 분명 아니었으니.
물론 지금은 그때보다 사는 것이 훨씬 더 많이 편리해졌고,
편리해지다 못해 갑자기 전염병까지 돌기 시작하니 메타버스니 뭐니 신흥 WEB 3.0세대가 떠오르면서
기술 발달에 말도 못 할 정도로 빠르게 가속도가 붙고 있지만.
속칭 '전문가'들은 우리들에게 빨리 이 커다란 흐름을 타야만 한다고,
바보처럼 서 있지만 말고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너도 나도 입을 모으고 있지만.
이런 격동의 시대에 나는 항상 홀로 멈춰 서서 과거와 현재, 특히 돌아온 과거를 돌아보며
우리는 대체 지금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자꾸만 생각하게 된다.
약간의 쓸 수 있는 돈과 내 스무 살 시절의 외모와 쌩쌩한 건강을 가지고 한 달 정도만 그 시절로 돌아가 살아볼 수 있다면 좋겠다. 물론 지금의 남편과 함께 돌아가 볼 수 있다면 더욱 즐거울 것 같다.
같이 나이트클럽도 가고, 그 시절의 호프집에 가서 맥주도 한잔 하고, 그 당시 활동하던 그룹 아이돌이나 가수들의 콘서트에도 가서 마음껏 떼창 하며 놀아보고 싶다. 명동거리를 걸으며 길거리 음식도 사 먹고, N타워가 아닌, 남산타워도 올라가 보고. 그때에는 성형수술도 지금처럼 보편화되어 있지 않아 사람들의 얼굴들도 참 정직하고 자연스러웠는데,
지금은 다들 얼굴에 너무 이물감이 많다. 아름다움 역시 돈만 있으면 기호에 맞게 쇼핑할 수 있는 시대이니까. 그런데 그게 꼭 좋은 건지 모르겠다. 물론 요즘은 어디를 가나 외모지상주의인 건 맞지만...
2년째 우리를 힘들게 하고 있는 이 지긋지긋한 전염병이라곤 하나도 없었던 그 시절, 마스크 같은 건 저 멀리 던져버리고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시며 여기저기 쏘다니면서 그 시절을 관조하고 한껏 누린 다음 다시 지금으로 돌아온다면 좀 기분전환이 될 것 같기도 한데.
어디까지나 상상이고 바람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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