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미/인물

기안84를 오랫동안 지켜본 뒤 생각 (부제: 연예대상, 성공에 대한 열망과 재능의 결과)

by 아기냥 2024. 2. 16.
728x90

내가 기안84(본명: 김희민)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은 그가 야후 웹툰에서 안 팔리는 단편을 그릴 때부터였다. 그러니까 2000년대 중후반이었을 거다.

당시에는 "웹툰"이라는 것이 세상에 나온 지 정말 얼마 안 되었을 때였다.

당연하다. "인터넷"이라는 것이 대중화되고 보급화 되는 것조차 얼마 안 되었던 2000년대 초반~후반 시대를 말하는 것이니까. 당시 1세대 스타웹툰작가라고 하면 다음 플랫폼에서 이것저것 그려서 유명세를 탄 "강풀" 정도였을 거다. (그림은 수려하지 않지만 내용이 좋다는 걸로 유명했던 작가. 그의 웹툰 다수의 작품이 나중에 영화화까지 될 정도로 흥행을 했다. 나중에는 이 작가분이 정치색에 너무 함몰되시고 개입되셔서 비호감 태크를 타시는 바람에 안드로메다로 날아가 버리셨지만.) 

 

하지만 그 당시 나는 완전히 초초초 어린 아깽이였으므로 기안84가 그리는 만화의 내용들을 이해하지 못했고, 솔직히 그렇기에 그의 작품들을 제대로 읽지도 않고 거의 스쳐 지나가다시피 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도 그럴 것이, 기안84의 웹툰들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그 스타일이 정말 한결같은데, 당시 진짜 너무 어렸던 아기였던 내가 그의 만화를 공감하거나 즐기기에는 너무 난해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그때에는 웹툰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당시의 나는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나 "큐플레이 (구:퀴즈퀴즈)", 혹은 "크레이지 아케이드(크아)"나 하기에 바빴음.) 

 

아마 내 기억에 "웹툰"이라는 개념을 처음 만들어서 작가들을 양성하기 시작했던 건 다음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되려 나중에 웹툰 시장에 뛰어들었던 네이버가 오히려 훨씬 더 잘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기안84가 당시 데뷔작 "노병가"나 단편작들을 연재했었던 야후는 솔직히 99년도와 2000년대 극초반까지는 한국에서 포털 사이트로 인기가 엄청 많았었는데, 웹툰에서의 입지는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고 할 수 있겠다. 게다가 이후 2000년대 중후반부터 다음과 네이버가 쌍두마차로 대한민국의 대표 포털 사이트로 떠오르면서 야후는 그나마 있던 포털 사이트의 입지조차도 안드로메다로 날아가 버린다. (그도 그럴 것이 타 포털 사이트들- 라이코스, 한미르 등등은 아예 망해버림.) 그렇기 때문에 야후에서 만화를 연재하던 기안84는 당시에 초 무명 중의 초 무명테크를 걸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내가 어떻게 그런 변방의 웹툰계의 마이너 리그 야후의 기안84 초창기 웹툰들을 그래도 당시에 쳐다라도 본 기억이 나느냐? 한다면 당시 나는 모 아이돌과 만화 홈페이지 마스터(......)였기 때문에 포털 사이트 여기저기에 내 홈페이지를 등록하느라 들락거리다가 봤었던 것 같다는 기억이......

 

그러다 시간이 흘러 기안84의 웹툰을 다시 접하게 된 것은 바야흐로 그가 네이버에 입성해서 빵 떠버린 대표작 "패션왕"을 통해서였다. "패션왕"은 벌써 10년도 훨씬 더 전의 작품인데... 당시 초초초아깽이에서 쑥쑥 성장해 미모의 여고생~여대생 시절을 지니고 있던 나에게 순끼 작가의 웹툰 "치즈인더트랩"과 더불어 친구의 추천을 받아서 읽기 시작한 웹툰이 바로 "패션왕"인데, 그게 바로 다시 만난 기안84의 작품이었던 거다. 그렇게 매주마다 패션왕을 챙겨보고, 나중에 허구한 날 마감에 늦고 스토리가 산으로 가버려 기안84가 엄청난 악플들을 겪었었던 늑대인간이 나오고 우기명이 시력을 잃는 등 병크(....)스러운 암흑기 시절에도, 나는 그냥 꾸준히 그의 웹툰을 챙겨보았다. 그러다 불현듯 생각나 다시 찾아봤던 그의 무명 야후 웹툰 시절 단편선들. 20년 전 초초초초아깽이아가 시절에는 이해가 가지 않았었던 그의 만화들이, 나이를 좀 먹고 나니까 읽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았었던 작품- "85년생".

 

 

 

 

보자마자 알았다. 이건 기안84의 자전적인 이야기라는 것을.

 

패션왕, 복학왕, 체육왕, 회춘 등등 그가 무명에서 벗어나 엄청나게 잘 나가는 톱웹툰 작가가 된 이후에도 ~왕 시리즈란 시리즈 및 모든 연재 시리즈들은 초창기 때부터 꾸준히 읽었었는데, 그의 만화를 읽다 보면 주인공의 서사에 공통된 주제가 있다. 

 

 

"잘 나가고 싶은 인간의 열망, 그리고 현실의 괴리".

 

 

기안84의 만화는 모두가 알고 있지만 덮어두고 싶어 하는 불편한 진실들을 수면 위로 꺼내 그걸 만화로 표현하는 기가 막힌 재능이 있다.

 

"기안"이라는 작가 네이밍에 대한 논란과 웹툰 작품들 속에 성적인 표현이나 장애인 비하 등 도가 지나치다는 비판을 끊임없이 받았었던 작가이지만, 그의 웹툰 에피소드들을 보다 보면 유행처럼 사람들이 사용하는 표현 "하이퍼 리얼리즘"이 그 누구보다도 적절한 작가가 아닌가 싶다.

 

현실은 시궁창이지만 주류에 끼고 싶어 하는, 대부분의 인간들이 마음 한구석에 지니고 있는 불편한 진실을 들춰내 그걸 노골적이게 그려내는 것에 가감이 없는 작가였다.

 

병X같지만 곱씹어보면 맞는 말이라 계속 쳐다보게 되고, 싼마이스럽지만 그 속에서도 인생의 희로애락을 품은듯한 이상한 웹툰들을 그리는 작가.

 

그 근본 중의 근본, 모든 것이 시발점이라고 생각이 드는 작품이 바로 이 20년도 더 전에 그렸었던 "85년생".

 

 

기안84는 20대 초반이었던 이때부터 가슴에 성공에 대한 열망을 씨앗을 단단히 품었던 거다.  

 

난 예전부터 기안84의 웹툰들을 보면 한결같이 그 외침이 느껴졌다. 

 

"뜨고 싶다. 잘 나가고 싶다. 유명해지고 싶다. 화려한 사람들, 나도 저들 사이에 끼고 싶다. 저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다. 주류가 되고 싶다."

 

 

그의 웹툰을 보면 항상 이런 외침들이 들리는 듯했다.

 

작가의 작품들은 작가의 조각들이 투영될 수밖에 없는데, 기안 84들의 작품들을 보면 보이는 그의 숨은 열망들...

 

이 작가는 성공과 유명세에 엄청나게 큰 열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구나. 

 

이 작가는 특히 "화려해 보이는" "드러나는" 방송을 하고 싶은 사람이구나.

 

궁금하다. 이런 만화를 그리는... 이 작가는 앞으로 어떤 행보를 탈지. 

 

 

그리고 결국 <나혼자 산다>로 방송계로 데뷔하더니 불현듯 웹툰 작가를 은퇴하고는, 최근에는 태계일주로 빵 뜬 뒤,

 

기어코 2023년 비연예인 최초로 방송 연예대상을 받은 그를 보자, 바로 든 생각은...

 

 

"재능을 가진 사람이 야망과 성공에 대한 열망을 일찍이 품어버리니, 결국은 시간이 걸려도 20년 만에 해내고 마는구나."

 

 

기안84가 연예대상...? 진짜 기분이 이상했다.

 

 

기껏해야 4~6개월 정도 일 뿐이지만 곰팡이가 가득 핀 반지하에서 돈이 없어서 쇠고기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이말년과 기안84가 무명시절 동거하던 시절의 에피소드는 이미 너무도 사골처럼 우려 대서 모두가 잘 아는 사실이다. 그때에도 어떻게든 메이저인 네이버 웹툰계에 입성하려고 아등바등 노력하던 20대 초반의 어렸던 기안84... 그리고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도전해서 결국 이뤄낸 웹툰계에서의 성공과 결국 본인이 그토록 오랫동안 열망했었던 명성과 유명세, 주류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쥔 모습. (그리고 본인이 그토록 열망하는 듯했던 연예인들과의 자연스러운 친목) 그리고 이제는 그가 20대 시절 대학교에서 이걸 전공해서는 도저히 먹고 살 수 없다고 판단했었던 근본 "회화"로 돌아와, 잘 팔리는 그림들까지 그려 개인전들까지 하는 스타 화가가 된 모습. 

 

자신의 재능과 방향성을 그 누구보다도 정확하고 빠르게 인지하고, "태어난 김에" 살고 있는 듯하지만 사실은 그 누구보다도 시류를 읽을 줄 알고 자기 객관화가 확실한 사람이라는 점이 놀랍고, 오랫동안 그의 작품들을 보며 지켜봐 온 입장에서 정말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분명히 인지하고, 그 열망의 씨앗을 품은 뒤 노력하는데 재능까지 가졌으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이지만, 사실 오랫동안 그를 지켜봐 온 입장에서는 또 그렇게 당연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다소 신기하고 놀랍기도 하다. 

 

 

 

 

나의 열망은 무엇일까? 나는 그 열망을 실현하기 이해 무얼 하고 있나?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

 

기안84를 보면서 많은 생각들이 들었던 2023년의 연말과 2024년의 연초.

 

 

 

 

 

 

 

추가로 기안 84의 <패션왕>에 대해 생각나는 에피소드. 

 

기안84의 웹툰 대표작 <패션왕> 실사판 영화는 2014년에 개봉되었었는데, 그 유명한 마스터피스 영화 <인터스텔라>와 동시에 같은 날 개봉을 했었다. 그리고 나는 무려 그 대작 <인터스텔라>를 안 보고 <패션왕>을 선택해, 무려 이 영화를 극장에서 돈 주고 봤다는 스아실 (.....). 당시 친했던 아는 동생과 영화관에 가서 봤는데... 당시에는 한국에서 지낼 때라 목동 CGV에서 봤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선착순 몇 명에 들어서 영화관에서 티켓을 사는데 기념품으로 우기명이 그려진 발목양말(....)을 받았다. 친했던 동생은 우기명 친구 김재현(...)이 그려진 양말을....)그런데 실사판 영화가 너무 가뷔쥐(...)라 그 동생에게 은연중 엄청나게 원망을 들었다. 솔직히 나는 어차피 가뷔쥐(...) 일 거 알면서도 굳이 굳이 고집해서 그 영화를 봤는데, 왜 그랬을까? 뭔가 기안84의 웹툰들을 오랫동안 지켜봐 온 입장에서 응원해주고 싶었던 마음....?

 

그 양말은 한 번도 신지 않고 봉지채 아직도 가지고 있다. 나중에 기안84가 인터뷰에서 영화를 엄청나게 말아먹어서 실망했었다, 뭐 그런 이야기를 했었던 걸로 기억나는데... 저는 그 영화를 무려 영화관에서 본 몇 안 되는 사람들 중 한 명입니다... 하하... 참... 추억이고 세월이 참 빠르다.

 

300x25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