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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드라마, TV

<우리들의 블루스>, 결국 우리 각자만의 슬픔을 감당하며 살아가는 것

by 아기냥 2022.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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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노희경 작가님의 작품들은 나와는 코드가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었다.

<괜찮아 사랑이야>, <그들이 사는 세상> 등 꽤나 히트를 친 작품들 모두 당시 1화를 보다가 전혀 몰입이 되지 않아 모두 하차해버렸었으니까, 그럴 만도 하다. 

<우리들의 블루스> 역시 중간 중간 자연스럽지 않은 억지 설정처럼 느껴지는 각본과 연출들이 많아 하차할 뻔했으나,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커버. 그래도 노희경 작가님의 작품들 중 유일하게 끝까지 시청한 작품이 되었다. 그나마 옴니버스 형식의 구성이 나를 붙잡은 듯. 

 

 

사실 모든 에피소드들은 이병헌(동석)이 싸늘하게 식어있는 김혜자(옥동)를 끌어안고 오열하던 장면 하나를 위해 모든 서사가 빌드업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옥동의 캐릭터에 대해 말이 많은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는 둘의 과정은 괴로웠을지언정 이것이 둘에게는 최선의 해피엔딩 아닌 해피엔딩이었다고 생각한다.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들이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내가 느낀 건 이거다.

"삶이란 결국 우리 각자만의 슬픔을 감당하며 살아가는 것."

드라마의 마지막 회에 나온 자막도 그렇고, 작가님 역시 삶은 괴로움으로 가득찬 것 같아도, 결국 살만한 곳이라는 걸 전하고 싶으셨던 듯. 

무엇보다도 인간관계에서 소통의 부재로 인한 응고된 오해들 때문에 일어나는 괴로움들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모든 에피소드들의 사이에 반드시 존재했던 교집합점이 무엇이었느냐 하면, "오해"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켜켜이 쌓여 세월이 지나면서 더욱 딱딱하게 응고되어 버리는 감정들과 서운함. 먼저 손을 내밀어 대화를 나누고 다시 물을 흐르게 할 수 있다면, 결국 우리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무거운 덩어리들을 녹여내고, 조금 편해질 수 있지 않을까?

 

사생활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이병헌 아저씨이지만, 정말 이분은 연기로는 도저히 깔 수가 없다.

2000년대 초반 그가 촬영했었던 <그해 여름>이나 <번지점프를 하다>도 10대 시절 참 인상 깊게 봤었는데, <우리들의 블루스>에서의 연기 역시 굉장히 인상 깊었다. 어떤 작품을 찍어도 완전히 그 배역을 씹어먹어 그대로 흡입해버리는 마성의 아저씨... 악마의 재능이다, 정말. 드라마를 다 봤는데, 결국 이병헌 밖에 생각 안 남. 

 

p.s. 또한 인상깊었던 이병헌(동석)과 신민아(선아)의 조합.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이루어지지 못했던 둘의 사이가 결국은 약 20년이 지나 이렇게 이루어지는구나.

그러고 보니 이병헌은 항상 신민아를 사랑하는 역할이네.ㅎㅎ

 

영화 <달콤한 인생> (2005) 에서의 신민아와 이병헌.

 

<우리들의 블루스> (2022)에서 다시 재회한 이병헌과 신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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