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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드라마, TV

선재, 솔이랑 같은 90년생이 <선재 업고 튀어> 다 본 후기

by 아기냥 2024.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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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어쩌다 가끔 심심풀이로 켜놓는 예능에 변우석이 나와서 드라마 얘기를 하는데 예능의 패널 등이 <선재 업고 튀어>라는 드라마가 인기가 너무 많고 핫하다고 하길래 대체 왜? 뭐가 그렇게 이 드라마를 열광하게 하는 거지? 호기심에 보기 시작했는데 나름 오랜만에 재밌게 봤다. (드라마를 줄 대고 챙겨보는 타입이 아니라서 선업튀는 정말 오랜만에 끝까지 다 본 드라마였다.) 물론 한 5회 차 정도 되니까 좀 다소 이야기 전개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느껴졌고 항마력도 딸려서 이걸 계속 봐 말아 잠깐 고민하긴 했지만 2000년대 처돌이인 나로서, 게다가 나랑 동시대 학창 시절 배경의 2000년도가 배경인지라... 어떻게 안 봐... 결국 끝까지 달렸다. 게다가 극 중 선재랑 솔이도 딱 90년생이었다고 하더라. 2008년에 만 18살. 현재 시점인 2023년에는 30대 초중반. 딱 실제 내 나이. (하.. 세월이 언제 이만큼 흐른 거냐....^.^...)

 

더불어 또 한 가지 매우 인상 깊었던 부분은 10대였던 임솔의 보물 1호라고 불리던 (타임슬립 손목시계와 더불어 나름 중요한 매개체들 중 하나로 등장했던) MP3 플레이어가 바로 내가 10대 당시에 사용하던 MP3와 정확히 같은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ㅋㅋ 아이리버 IFP 700 시리즈 레드. 드라마가 워낙 신드롬 수준으로 잘되어서 다들 이제야 어떻게든 이 골동품 MP3를 구하고 싶어서 난리라는데 같은 모델의 레드버전, 특히 아직도 제대로 작동되는 모델을 지금 이 시대에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일 거다. ㅋ 이 드라마가 나오기 한참 전부터 난 아직도 가끔 이거 꺼내서 집에서 이어폰 끼고 들으면서 추억하던 거라 반갑기도 하고 그 우연이 재밌기도 했다. 물론 구석기시대 USB케이블은 없어져서 노래는 더 이상 못 바꾸고 약 17~18년 전에 넣었던 노래 그대로긴 하지만... 2000년대 너무 사랑하는 나에게는 여전히 너무 소중한 보물. 내 추억의 물건들 절대 못 버리고 꽁꽁 싸매는 거 다들 주변에서 문제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예를 들어 나의 엄마라든가... 남편이라든가... 허허헣) 난 진짜 못 놓는다고. 내 10대. 내 20대. 내 청춘의 흔적들. 싸이월드의 dog같은 부활을.... 아직도 난 존버한단 말이다. (다 페북으로 떠나갈 때에도 혼자 싸이 하던 녀자)

 

그리고 더 놀라운 TMI를 풀어놓자면 오빠(현재 남편)랑 나도 선재랑 솔이처럼 10대 끝자락 고등학생 때 만나 10+@년 가까이를 연애하고 결혼한 케이스라는 거다. 정말 산전수전 별의별 일들이 다 있었지만 우리는 결국 서로를 못 놓고 평생을 약속해 버린... 주변 풍경들/사람들은 계속 바뀌는데 우리만 견고했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그냥 이 구역에서 ONE & ONLY 최장수 커플이자 말 그대로 레전드로 불렸던... 껄껄. 남편은 젊은 시절 키도 크고 슬랜더하며 쌍꺼풀 없지만 얄상한 느낌의 전형적 한국적인(?) 훈남으로 유명했고(키 185~186) 나도 키 168에 굉장히 여리여리 말랐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최고로 몸무게가 적게 나갈 때는 48~49kg 나갔음) 내 입으로 스스로 이런 말 하는 게 좀 자뻑같고 꼴불견스럽겠지만 (<-그럼 흐즈므르) 그때 우린 나름 어딜 가나 비주얼/모델 커플로 불렸었다. 껄껄... 30대인 지금은 둘 다 메타폴리즘이 그때같지 않으며 운동도 즐기지 않는 타입이라 다소 그때와는 약간.. 동떨어진 비주얼이 되고 말았지만...^.^ (물론 현재 나이를 생각하면...^.^... 참으로.... 좋았던 시절이다....) 매일 운동 좀 제발 하자 하자 입으로만 이러고 있닼ㅋㅋㅋㅋㅋ 30대는 비주얼이고 뭐고를 떠나서 살기 위해 운동해야 하는데 이 게을러 자빠진 인간들이여... 

 

오빠랑 나랑 선재랑 솔이처럼 10대 끝자락에 드라마에 등장했었던 똑같은 아이리버 MP3로 이어폰 하나씩 나눠 끼고 버스정류장이나 도서관에서 같이 시간 보내던 게 벌써 대체 몇 년 전인지...  10대 시절이랑 지금의 나는 진짜 변한 거 하나도 없는데 세월만 간다. 30대인 주제에 아직도 철이 안들어서 걱정이지만 뭐 어쩔티비 역시 영혼은 나이먹지 않는다는 걸 다시한번 느낀다. ㅋㅋ 아마 6~70대 할머니가 되어도 이러고 있을 거 같다. (하아.... dog노답...)

 

10대~20대 초반 시절까지 나랑 싸이월드 커플 미니셨던 그분... 지금 이 글 쓰는 내 앞 소파에 다리 꼬고 누워서 폰보고 계시넼ㅋㅋㅋㅋㅋ

 

장하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내 옆에 잘 있어줘서...........

 

 

오랫동안 함께해 온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상대가 항상 내 옆에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드라마가 잘 된 이유도 아마 자극적인 미디어와 일상에 절여진 사람들이 그런 순수하고 지고지순한 사랑과 인연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있어서 그런 걸지도. (쓰다 보니 뭔가 2000년대 초반 드라마 <겨울연가>가 불X 드라마만 판치던 일본에서 잘 된 느낌이랑 같은 맥락 같냐ㅋㅋㅋ...역시 트렌드는 돌고 도는 건가)

 

 

<선재 업고 튀어>에서 등장한 여주 임솔의 보물 1호 MP3 플레이어. 당시 내가 사용하던 거랑 완전히 같은 모델. 보자마자 남편 왈: "xx이께 왜 저기 있어?" ㅋㅋㅋㅋ

 

 

덧 1.

김형중의 <그랬나봐>도 굉장히 좋아하는 곡이라 맨날 켜놓는데 하필 드라마에서도 내내 흘러나와서 좋았다.

 

덧2.

변우석은 <내 이름은 강남순>에서 악역으로 처음 봤었는데 (남편이 내가 좋아할 거 같다고 틀어줘서 조금 보다가 갈수록 내용이 다소 병크(...) 억지스러워지면서 끝까지 보진 못한 듯) 입매가 매우 독특한 배우라고 생각했었다. 피지컬이 멀쩡하고 나름 분위기 미남이라 생각했는데 결국 진짜 이제는 넘사벽으로 떠버렸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때에도 피지컬이 남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모델 출신이었음...기럭지 만세 (나는야 외모지상주의..^.^.. 기럭지 처돌이)

 

덧3.

써브남으로 등장한 김태성의 "태성"은 2000년대 귀여니의 레전드 인소 "늑대의 유혹" 써브남의 이름 "정태성"에서 따온 것이 틀림없다. ㅋㅋㅋ 암 우리 밀레니얼들의 10대 시절 향수를 자극하려면 그 정도는 해줘야지... 헤어까지 당시 강동원이랑 똑같이 해놓은 거 보고 더더욱 확신했다. ㅋㅋ 당시 영화까지 나왔는데 영화에서 강동원이 정태성 역할하고 첫등장시 우산 들어 올릴 때 여자들이 다 뒤집어지던 것도 레알 추억이군.... 세월 진짜 왜 이런 거냐고.

 

덧4.

행복하게 삽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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